아무 꿈도 없는 한 남자가 있다.
아니 그는 꿈이라는 걸 꿀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13살 사기꾼(전과 5범)인 아버지가 출소하던 날 교도소 앞에 나타난 천사 같은 아줌마,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아주 잠시 꿈을 꾼 적이 있다.


가족이란 이름에 묶여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속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세상 모두를 얻은 것처럼 가슴이 벅찼고, 형이란 이름으로 오빠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꿈의 전부였던 시절이 그에게도 한 때는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동생의 살인 누명을 대신 뒤집어쓰면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가족이기 때문에, 내 동생이기 때문에,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게 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기꺼이 대신 살인자가 되었고, 가석방으로 10년 만에 출소했다.

 

나는 없는 사람 취급하라며, 면회도 오지 말라 했던 동생들이지만, 그립고 보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이사를 간 집을 겨우 찾아가지만, 동생들에게 살인 전과가 있는 자신은 짐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인데, 오빠나 형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저 부대끼며 살아가고 싶었는데, 동생들은
그마저도 거부한다. 동생들을 먼발치에서 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고 행복이었던 그에게
세상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 곳 저 곳 취직자리를 구해보지만, 자신을
전과자라 순진하게밝혀버리는 그에게 세상은 녹녹지 않다.

 

아무런 이력이 필요 없는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 나르는 잡역부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아무 기대도 없이 살아왔던 그에게 이상한 일이 서서히 벌어진다.


동대문 가게의 주인 여자를 보면 설레고, 그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이 쓰인다.
어쩌면 그도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기대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는 남자와,
세상에 기다리고 싶은 이가 더 이상 아무도 없는 동생들,
어쩌다 만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고 다시 외톨이들이 되어버린 그들의


성.장.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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